만화커뮤니티

만화 정보 커뮤니티 사이트 『코믹시스트』 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사실, 직업을 갖게 되면서 만화를 볼 시간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만화에 대한 흥미를 잃고, 커뮤니티 운영에도 멀어지게 됐다. 그러니 진짜 운영했던 기간은 7년 정도 될까.

어쨌든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운영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손은 보고 있다. 국내에서 만화 관련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것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말해보고자 한다. ‘만화를 사서 봐 ?? 오덕이네’, ‘피곤해보이네. 어제 밤새 만화봤냐’ 같은 극단적인 흑백논리 같은 인식의 문제는 논외로 한다. 이 얘기는 정말 끝도 없으니.

다루기 힘든 매체, 만화

일단, 국내라서 어려운 점이 아닌 ‘만화라서’ 어려운 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와 비교하면서 풀어 볼 예정이다.

만화는 호흡이 정말 긴 매체다

코믹시스트를 처음 열었던 2003년에도 1등은 『슬램덩크』 였고, 2014년인 지금도 1등은 『슬램덩크』다. 『슬램덩크』가 완결작이라 뺀다면, 10년 전이나 지금의 연재작 1등은 『원피스』다. 별 차이점은 없다. 1등은 영화, 음악 서비스에서 현재 상영작, 주간 랭킹 등을 서비스하는데, 만화는 주기적으로 바뀌는 데이터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는 이번 주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상영되고, 다음 주에는 『역린』이 개봉한다. 반면, 만화는 이번 주에 『더 파이팅』 106권이 나왔고, 다음 주에도 ‘뭔가’의 후속권이 나올 것이다. (‘뭔가’ 라고 표기한 이유는 아래 ‘일정이 없다’ 에서 다루겠다) 『더 파이팅』 은 석달 전에 나온 105권과 크게 다른 내용이 없을테니, 관련해서 컨텐츠를 생산하기가 쉽지 않다.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영화의 속편과 만화의 후속권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유저들의 컨텐츠도 집중되지 않는다. 누구는 오늘 나온 만화를 말하고, 누구는 5년 전에 나온 만화를 말한다. 영화도 그러하겠지만, 적어도 영화는 상당수의 유저가 현재 극장에 걸린 영화를 말한다. 만화는 완결이 되어야 보기 시작하는 독자층도 만만치 않게 많아, 영화와의 온도차는 더욱 커진다.

관련 인물이 적다

만화 한 편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베어 있겠지만, 표면적으로는 만화가 1명 밖에 없다. 영화는 감독, 배우는 물론 영화 음악가나 각본가, 촬영감독까지 이슈화 할 수 있는 인물이 많다.

예를 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을 연출한 마크 웹을 보자. 서사가 많은 히어로물을 만들어 비판도 많은데, 연출 이력을 보면 조셉 고든 래빗과 주이 디샤넬 주연의 『500일의 썸머』 가 있다. 두 주연 배우는 물론 OST도 많은 화제가 됐는데, 레지나 스펙터의 노래는 비슷한 시기에 국내 CF 삽입곡으로도 쓰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렇듯 최근에 개봉한 영화 한 편으로 이것 저것 건드릴 수 있는 ‘꺼리’가 많다.

다시, 『더 파이팅』 106권을 보자. 만화가 조지 모리카와는 1989년부터 25년 넘게 이 만화만 그리고 있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그의 작품은 『더 파이팅』이 유일하다. 관련 컨텐츠를 생산하기가 쉽지 않다. 피규어,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제작이 그나마 ‘꺼리’가 되는데, 포커스 대상이 배우나 제작사가 되는 등 만화 본질에서 벗어나는데다 일단 이런 인기 만화는 극히 드물다.

조지 모리카와가 극단적인 예라면, ‘역대급’ 인기 작가에 다작까지 하는 아다치 미츠루를 보자. 2000년 이후 연재한 만화는 『미소라』, 『카츠』, 『크로스게임』, 『Q 앤드 A』가 있는데, 『크로스 게임』의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관련 상품이 없다. 아다치 미츠루는 90년대나 2010년대나 『H2』와 『터치』를 말할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더 어려운 매체, 만화

이제는 ‘국내라서’ 어려운 점이다. 이 벽은 생각보다 높다.

최초 공개 시기가 다르다

웹툰은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코믹시스트는 출판 만화 중심이라 이 점이 운영상 치명적이다. 출판 만화 시장은 일본 만화가 압도적이다. 정확한 단행본 판매량은 모르겠지만, 체감상으로는 90%도 넘는 기분이다. 일본 만화 이야기가 90개 올라올 때, 한국 만화 이야기가 10개 정도 올라오는 느낌이랄까.

일본 만화 뉴스를 번역해서 올리는 일도 오래 해봤는데, ‘뉴스’가 몇 달 뒤에나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기약도 없다. 예를 들어, 아다치 미츠루의 신작 『믹스』의 첫 회가 오늘 공개됐다고 하자. 이 소식을 부리나케 올려도 일본에서 단행본 1권이 나오는데 3~6개월은 걸리고,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들어오는데도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오늘 옆나라에서는 첫 회가 실렸는데, 내가 볼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6개월 뒤다. 『믹스』는 실제 1년 8개월이 걸렸다. 뉴스가 뉴스가 아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번역본이 떠돌면서다. 1년 8개월 뒤에 드디어 『믹스』가 정식 출간됐다고 이야기를 해봤자,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번역본으로 4권까지 보고 노잼, 꿀잼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 사람은 극히 일부고 대부분의 독자는 정식 출간본으로 보니 문제가 없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애초에 만화 뉴스를 실시간으로 챙기는 사람들은 그 극히 일부의 유저다.

영화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일단 국내 영화의 힘이 커져서 우리나라 개봉이 ‘세계 최초 개봉’이 되는 케이스가 많다. 또한, 외국에서 먼저 개봉을 해도 DVD가 출시 되기 전까지는 소스가 없으니, 번역본처럼 실시간으로 퍼지는 일은 없다.

일정이 없다

10년을 넘게 운영하며 몇 년 동안 일본 만화계 소식을 접해보니 자연스레 국내와 비교를 하게 된다. 일본 만화 잡지가 엄청나게 많고, TV CF를 방영하며, 단행본이 권당 수백만 부 팔리며,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수익 구조가 탄탄하게 형성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만화가 언제 출시된다는 일정표 만큼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바람의 검심』이 애장판으로 출시된다고 하면 1권부터 완결권까지 몇월 몇일에 출시된다고 공지된다. 매월 4일에 두 권씩 발매된다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내일 출간되는 만화도 정확히 뭔지 모르는 일이 많다.

일단, 오늘 무슨 만화가 출간됐다는 공식적인 자료가 없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만화 규장각에서는 2014년 3월 15일 이후 신간이 없다. 물론, 3월 15일 신간도 엉터리다. 출시 예정작 1페이지에는 2012년 9월에 출시된 만화에 대한 소개가 있다. 국내에서는 그나마 한양문고(toonk) 사이트가 가장 정확한데, 학산/대원/서울 등 메이저 출판사가 아닌 출판사의 경우에는 바로 바로 업데이트가 안 될 때가 많다. 오늘 보면 분명히 없었는데, 내일 다시 과거 날짜를 조회하면 그 사이에 출시된 케이스가 많아 놓치기 쉽다.

단순히 신간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어렵다는 운영상의 고충이 아니라, 미리 미리 어떤 만화가 출시될지 알 수 없으니 역시 관련 컨텐츠를 준비할 수가 없다. 만화가 초반에 반응이 좋아야 갑작스런 연재 중단이 없으니 응원해달라는 소리를 하기 전에, 초반에 붐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루 전날 ‘내일 나와요’ 라고 밖에 못 하는 상황에서 붐업이란 있을 수가 없다. 영화사가 괜히 네이버 메인 배너를 사서 개봉예정일을 그토록 알리겠는가.

기대치가 다르다


웹툰의 인기가 오르며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만화는 무료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 코믹시스트를 iOS, Android 앱 『만화 뭐볼까』로 만화 검색 서비스로 만들었는데, ‘만화를 볼 수 없다’며 욕을 먹은 적이 너무 많다. 유료로라도 볼 수 있었으면 이들이 욕을 하지 않고 잘 썼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인들에게 소개를 해도 ‘만화 (무료로) 볼 수 있는거야 ?’ 가 99% 첫 질문으로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웹툰 서비스 레진코믹스와 만화 없는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를 비교해봐도 너무나 명확하지 않나.

이렇게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이 와중에도 무언가 만화만의 매력으로 운영의 묘를 찾을 수 없을까 고민은 계속해서 하고 있다. 죽어가는 코믹시스트를 쓸쓸히 받쳐주고 있는 ‘소장만화관리’ 같은 메뉴가 그러한 서비스가 될 수 있으려나 

출처 : 

http://www.dev-diary.com/archives/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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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에 밥짓기 , 어떤 일에 곁따라 다른 일이 쉽게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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